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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커미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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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1.



**하기 캐릭터 해석은 명일방주 사이드스토리 '마리아 니어' -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 '니어 라이트' - '무명의 방랑자', 그리고 오퍼레이터 기록과 대사창을 참고하였습니다.

**박사 캐해석은 미니스토리-비질로와 메인 스토리, 론트레일을 중점으로 참고하였습니다.
 
 

 

0) 세계관 요약 (카시미어)

 

폴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중ㆍ동유럽 국가들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말 종족 '쿠란타'의 국가로, 특히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시절이 직접적인 모티브가 되었다. 국명은 실제 폴란드의 인명인 '카지미에시'(Kazimierz)에서 유래되었다.

'기병과 사냥꾼' 이벤트에 의하면 일반 촌락은 기사들이 주민들에게서 보호세를 걷는 등 중근세에 가까운 생활양식을 보인다. 그러나 카시미어에도 이동도시가 있으며, 기사 경기가 열리는 중심도시의 규모와 토너먼트 중의 기술력을 보아 용문에 버금가는 상업과 기술이 발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도시와 촌락의 격차가 매우 큰 편이다. 중심가는 부패하여 상업화된 기사들과 상업연합회가 빛나는 도시로부터 감염자들을 몰아내는 반면, 시골에는 기사들 마저 오지않아 치안이 엉망이다.

 

 


 
1) 무에나 (Mlynar: 폴란드어 '방앗간지기')


 
(1) 오퍼레이터 기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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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가문의 전 가주인 무에나 니어는 오퍼레이터 니어와 블레미샤인의 삼촌이며, 지금까지 기사 칭호를 받은 적이 없다. 토너먼트 종료 대략 2개월 후, 로도스 아일랜드의 협력 요청을 받아들인 무에나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도와 카시미어 지역의 여러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본함에서 오퍼레이터 무에나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운이 좋게 그를 만났고, 마침 그가 한가한 편이면 그는 훈련장에서 몇 가지 간단한 팁을 준다고 약속할 것이다.

비록 무에나가 정식으로 출정 기사가 된 이력은 없지만, 그의 전투 기술이 가장 전형적인 카시미어 기사 스타일을 답습한 것은 분명하다. 아마 니어 가문의 전통적인 훈련 방식 자체만으로도 그가 기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몇 가지 무기를 습득하는 데에 충분했을 것이고, 소년 시절 견습생으로서 아버지 키릴 니어 곁에서 출정 기사 부대를 따라 원정을 한 경험이 그에게 여러 걸출한 기사들 곁에서 전투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에나가 훈련용 기사 방패를 내려놓고 한 손 검만을 사용하는 순간, 누구나 그것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무기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기사 가문의 전통을 참고해보면, 가문의 젊은이들은 종종 성년에 가까워질 무렵 다시 홀로 수행을 떠나 경험을 쌓으며 기예와 심성을 가다듬곤 한다. 그 후 그들 대다수는 기사단에 가입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카시미어를 위해 복무한다. 다만 무에나는 수행 도중 지금과 같은 검술을 갈고 닦아 자신의 길로 향했을 뿐이다.


 
......오리지늄 아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기사들이 신념을 걸지 않은 이상 대련할 때 아츠를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테스트받을 당시 그가 한 번 보여준 적은 있다. 

우리는 니어와 블레미샤인의 아츠를 본 적 있는데, 그 빛은 무엇보다 눈부시고 뜨거웠으며 순수했다. 하지만 오퍼레이터 무에나의 오리지늄 아츠는 '부드러운' 첫인상을 줬다..... 그러나 흐르는 물과 같은 황금색 빛이 어떤 분노를 품고 있는지 알아챘을 때, 우리는 검을 뽑아 드는 무에나를 다급히 중단시킴으로써 사후 복구 작업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빛의 기사와는 달리, 무에나의 작전 절대다수는 그랜드 나이트 영지 밖에 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계약을 체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에나는 곧장 카시미어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카봐렐리엘키 주재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에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고,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있는 원래 회사에는 달랑 사직서만 보내 퇴사했다.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시종일관 그를 위협으로 여기는 자들이 많았음은 분명한 사실이고, 게다가 무에나 본인의 진술을 통해 우리는 최근 그가 연관된 몇몇 사건 역시 일부 사람들의 이익에 영향을 끼쳤음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오판 사건을 다시 판결해 몇몇 회사나 귀족 한두 명이 무너져봤자, 이 도시의 인파에 고작 돌멩이 하나 던진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쯤 되면 무에나가 니어 가문을 향한 공격을 신경 쓴다기보다는, 그저 도시에 오래 머물며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항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영광스럽게도 우리는 그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죠. 그와 협력하는 건 보기보다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그저 귀족 티를 내며 거드름을 피우거나, 전통적인 기사 교리를 고수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저 제 말만 들어주더니, 제가 큰 잘못을 범하기 전에 저를 잡아주겠다고 약속하더군요. 유일하게 익숙해져야 할 부분은 그가 코드네임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카시미어에서 온 여러 오퍼레이터들이 기사 스포츠에서 쓰던 자신의 칭호를 코드네임으로 선택했으니, 그가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죠."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할 때, 실수한 것에 대해 다들 미안함을 느끼지 않기는 힘들걸요. 그때 저도 하마터면 작전을 망칠 뻔했고, 그 후 결정권을 얌전히 그에게 넘겼죠." 

"그는 깔끔한 계획을 세우지만, 남이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때 저희에게 따로따로 움직여서 몇몇 상업 기사의 추격을 막으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어떻게 막으라는 건지, 때려서 기절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길이라도 폭파해야 하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우리와 상의한 적이 없었어요."

"그는 아마 혼자 움직이는 것에 더 익숙한 거겠죠? 제 말은, 모두가 각자 알아서 행동하고, 목표를 완수하고, 소통할 필요도 없고, 그러면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거잖아요... 정말 궁금한데, 대체 어떤 사람이 그와 같은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떤 사람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보면 니어 부부가 전장에서 활약한 시간은 짧았다. 25년 전 참전용사들의 우르수스에 대한 기습공격에서 두 사람은 같은 기사단의 깃발 아래 함께 두각을 나타냈고, 스니츠는 결정적인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기사단장의 지휘권을 임시로 넘겨받아 카-우 양측의 군대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 뒤로 확실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10여 년 전 두 사람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 이 세대 니어의 운명에 전환점이 된 것 같다. 무에나는 로도스가 니어 부부를 찾는 것에 대해 알고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로도스와의 대화에 동의했다.

대화를 통해 알게된 것은, 이올란타 니어 역시 카시미어에 있는 오래된 기사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니어 가문과 친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출정 기사단에 합류한 뒤 실버랜스 페가수스 기사단의 일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스니츠는 실버랜스를 들고 돌진하는 것보다 활을 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처음 활을 당기는 순간 내린 판단이었죠." 무에나는 더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았다. 이올란타가 훗날 전투에서 거둔 전공도 이와 같은 판단의 정확성을 입증했고, 그녀는 오리지늄 아츠에서 보기 드문 천재성과 아츠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은 특히 전장 전체를 꿰뚫어 보는 자리에 적합했다. 형 스니츠 니어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대답만 했을 뿐이다. "그는 제 형제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부부의 두 딸인 마가렛과 마리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니어 부부의 사망 가능성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무에나가 여전히 홀로 두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가 두 사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그에게 지금 새로운 단서가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건에 대해 그가 품고 있는 의혹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것 같았다.


 
로도스에 합류하기 전, 무에나는 건축 자재를 주로 다루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다. 이 기업은 미에슈코 산업의 자회사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이었는데, 중대한 범죄 고발을 당한 적도, 그렇다 할 귀족 배경도 없는 카시미어의 지극히 평범한 기업 중 하나였다. 당시 널리 퍼져있던 니어 가문의 차남이 감정회나 기사 협회에 들어간 뒤에 요양 중인 키릴에게서 기사장의 칭호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추측과는 다르게, 실제로 무에나가 한 선택은 어쩌면 외부적인 조건의 영향을 받은 것이거나, 카시미어에 대한 실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실망한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났다.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다른 실망한 사람과 달리, 어째서 그가 지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냐는 것과 로도스 아일랜드는 이 오퍼레이터의 힘을 어느 정도나 빌릴 수 있냐는 것이다. 

무에나는 즈보넥 인근 지역의 감염자 폭동 사건 이후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했다. 감정회는 어떤 세력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당 분쟁에 대한 정보를 말끔히 지워버렸고, 무에나도 개인적인 판단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인사부가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 그에게 이 사건을 다시 언급했을 때, 그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저는 줄곧 카시미어에 아직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로도스와의 협력 합의 이후 단 한 번도 오퍼레이터 블레미샤인, 오퍼레이터 위슬래시, 오퍼레이터 플래티넘에 대해 스스로 거론하지 않았다. 카시미어에 있는 동안 플레임테일과 주변인들과도 관계되지 않았다. 단 한 번, 오퍼레이터 위슬래시가 먼저 만나기를 요청한 후에야 무에나와 위슬래시, 블레미샤인, 이렇게 세 사람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엔지니어링부의 오퍼레이터들이 말하길 블레미샤인은 마치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린 것처럼 갑작스레 의욕이 충만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에나는 여전히 카시미어와 관련이 깊은 다른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갖는 호기심은 빛의 기사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어쩌면 자신도 역시 답이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에나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협조하며 일련의 감염자 문제를 해결할 당시에 보여준 그 책임감은 절대 그저 직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마치 끝없는 파도가 결국엔 도시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어쩌면 기사의 나라가 더이상 기사의 환상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쓰일지, 다음 도시가 어디에 세워질지는 그것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아버지. 기사가 굳이 승리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까? 경기장에 서 있는 그들이 아무리 승리한들 제게는 그다지 영광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의심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기사란 마땅히 곤경에 빠진 자와 가진 것 없는 자 곁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약세인 쪽을 선택한다면 실패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승리를 누리기보다는, 무릇 기사 정신에는 실패에 대한 인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믿겠습니다.

'고난과 어둠을 두려워 말라', 우리 가훈이 말하는 것처럼요.


 


 
(2) 핵심 대사 발췌
 

오퍼레이터 입사: "고난과 어둠을 두려워 말라."......하. 그리워할 가치 하나 없는 시대지. 분에 넘치게 맑은 꿈이었을 뿐이다.

 

인사: 그립냐고요? ......아니요. 저는 단지 이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없는 것뿐입니다. 불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제가 본 것들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그 일들을.

 

대사1: ......말씀하세요, 괜찮습니다. 신문을 보는 건 그저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얻은 무의미한 습관일 뿐입니다. 이동도시 밖에서 쌓는 하루 동안의 견문이 백 편의 신문 기사보다도 유익할 테니...... 니어의 이름이 기사에 자주 실린 건 사실이지만, 굳이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닙니다.

 

대사2: 로도스 아일랜드가 카시미어에서 해야 하는 업무라면, 죄송하지만 조언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록 그 빌딩에서 십 년간 있긴 했지만,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원이었던지라 상업 연합회에 대한 발언권 같은 건 없었습니다. 검 말입니까? 네...... 쓸 수 있습니다. 계속 이 검을 사용해 왔으니까요.

 

대사3: 마리아를 불러올 필요는 없습니다. 마리아도 이제 어른인데, 아직도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의 부모도 아마 부끄러워할 테죠. 기사라면 응당 멀리 여행하며 견문을 쌓아야 합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무얼 하든, 마리아는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신뢰도 상승1: 제게 감염자를 대하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누군가한테 들었나 보군요? 감염자, 사지를 잃은 자, 파산하여 몰락한 자들과 음식을 구걸하는 자들은 서로 다를 게 없다 생각합니다.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란, 그저 죽음을 깨달았을 때 빈민굴의 텐트를 먼저 기어 나오는 일뿐이니까요.

 

신뢰도 상승 1-1: 됐어, 스니츠. 내가 어떻게 너희를 대신해 마리아를 가르칠 수 있겠어? 나는 기사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다. 나는 결코 상냥하지 않아. 그리고......내가 정말로 그곳에 돌아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절대 생각해 본 적 없어. 왜지, 스니츠? 왜 내가 남았을까?
 
신뢰도 상승2: 당신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결과가 없는 사업에 몸을 던지도록 부추기고 있군요. 어둠 속에서 불을 건네려는 이들은, 때때로 그 불에 타 버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제 충고가 닿진 않겠죠. 당신은 그저, 자기 신념대로 나아갈 뿐일 테니.
 
신뢰도 상승3: 그들이 그랜드 나이트 영지를 떠난 뒤로 두 해 동안, 출정 기사들이 몸소 편지를 전해 주곤 했지. 마지막 편지가 도착했을 즈음엔 아마 마리아도 그 내용을 대충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더군...... 미리 쓰인 편지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어. 그저, 그 둘의 목숨이 지닌 무게를 감안하면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 그랜드 나이츠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새로워져, 길가에서 20년 전 도시의 노을진 그림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 하지만 난 여전히 그날의 밤 풍경에 더 익숙해. 난 단지... 최소한 그 과거만큼은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을 뿐이야.

 
2정예: 직위나 칭호 따위는 그저 헛된 명성에 불과하다. 비록 오늘날, 카시미어의 모든 길이 어둠에 잠겨 있다 할지라도, 니어 가문의 기사라면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

 

2정예(2):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합니까? … 신문지 위의 모욕과 비방, 혹은 풍문으로 거리를 떠도는 유언비어와 같은 모습으로? 아니면 일찍이 적대하는 시선들을 자신의 칭호로 삼았던 그 레인저처럼?

 

팀 배치: 모두가 여전히 피가 헛되이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고난이도 작전 성공: 모든 이들의 운명을 거머쥘 때,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당신은 아직도 믿음을 품고 있군요.

 

비3성 작전 성공: 당연한 교훈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랜드 나이트 빌딩 창문에서 충분히 보았습니다.
 
작전 실패: 당신들의 싸움도 언젠가는 실패하는 날이 올 겁니다...... 당신은 하나하나의 실패들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작전 실패2: "실패는 견뎌낼 가치가 있는 것." ...하지만 종종 그 대가는 가혹하지.

 

1정예 대사: 아버지, 당신은 일찍이 장검은 호전적인 젊은 기사들에게만 어울린다고 하셨죠. 그러나 국민원의 억울한 사건, 상업연합회의 부상― 제가 저지하고 싶었던 것들은 죽여 없앨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 스니츠가 떠나는 걸 지켜봤지만, 그저...... 이 검에 익숙해져버렸습니다.

 

2정예 대사: 황금빛 평원, 밀밭, 이동도시의 항로, 재앙의 흔적. 영주의 장원, 기사 스포츠 경기장, 마지막 남은 동전과 수확물을 내놓는 사람들… 아버지, 저는 줄곧 같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기반시설 터치(전): ......이에 관해, 이미 건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기반시설 터치(후):  누군지쯤은 압니다. 말씀하세요.

 

신뢰도: 카시미어의 기사 소설이라...... 하. 그랜드 나이트 영지엔, 이미 이런 환상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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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방의 스크립트가 으레 그러하듯이... 어느정도 간추리긴 했지만 매우 깁니다. 알고 계실 이야기라 생각되지만 참고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핵심이 될 법한 대사는 #5 이후로 나오니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살피셔도 무관합니다.

 

 

#1

 

과거 어느 기사가 파도를 부수던 이야기가 아직 소설로 써지지 않았을 무렵, 수해를 빠져나온 바람에 아직 포화의 굉음과 활시위의 울림이 들리던 시절. 당시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대지에 몸을 던지고, 선혈로서 피의 대가를 치러아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늙은 마을 사람: 그때 사람들이 말하던 게 기억나는군요. 당신은 이 나라에서도 유명한 일족에 맞서면서, 항상 번거롭게 만들었다고요. 

무에나: ......난 이제 권력자들의 싸움터에서 물러났으니, 놈들이 눈여겨볼 가치는 없을 테지.

늙은 마을 사람: 이토록 외진 곳은 소식도 느린 법인데, 탑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보니, 어느새 저는 제 한 몸 건사하면서 밭을 가는 일에 익숙해져 있더군요.

무에나: 하지만 자네는 지금도 자신을 라이타니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나.

늙은 마을 사람: 하아, 그저 인생의 절반을 잊지 못하며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일 뿐입니다. 열의를 가진 자들은 오래 전에 죽었지요. 저처럼 숨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에게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중략) 제 이야기를 기억하지는 못하시더라도, 아까 제가 말을 걸었을 때 놀라지 않으셨다는 건... 분명 많은 사람을 똑같이 구원해 왔다는 것이겠죠.

무에나: ......벌써 오래전 일이다.

 

(중략)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들렸고, 대화를 나누던 둘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상업연합회의 대형 수송차량이 지나가고, 컨테이너에 그려진 큼지막한 흰색 로고가 길가의 행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매연과 흙먼지를 내뿜으며, 울퉁불퉁한 흙길을 바퀴가 짓밟았다. 엔진의 굉음이 바람에 실려 늦가을의 평원에 울려 퍼졌다. 검이 없는 기사는 말이 없었다. 그는 거대한 강철과 눈을 마주햤다.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질 때까지. 그리고 그는 등을 돌려, 봐두었던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차량이 남기고 간 울퉁불퉁한 자국 옆, 기사의 걸음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중략)

 

츠시보르: .....그가 아직도 자신의 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과연 그가 '성가신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까? 옛정 때문이 아니라, 그저 기사로서 도움의 손길을 건넬 것 같나? (중략)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 십 년간, 난 전임 기사단장을 은사로 여겼었지. 그는 출신을 따지지도 않았고, 내가 어느 귀족에게 미움을 샀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존경하던 분이었지. ...내가 그의 자리와, 기사단의 문건 전부를 인계받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제야 알 수 있었어. 내가 지켜오던 기사의 맹세 뒤에도, 결국 탐욕과 부패가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카시미어의 모든 출정 기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내가 몸담고 있는 환경은, 이미 고결한 기사로서의 광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었다는 소리지. (중략)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일의 옳고 그름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어진 것일까?

 


 

#2

 

무에나: 아니, 기억나지 않아. 기사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생각나는 게 없군. 친한 척하지 말아 주겠나. 우린 그저 방향이 겹친 것뿐이니, 굳이 도움으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일찍 돌아가고 싶다면 걷는 일에나 집중해, 데... ...데슈치 씨. ......정의를 위해 힘쓰는 변호사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까. (데슈치: 정의를 위한다고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 없는데...) 

 

(중략)

 

데슈치: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거리 곳곳에서 신문 가판대를 볼 수 있었던 것을 알고 계시나요? ...하지만 최근 도시 간 네트워크와 물류의 발달로 인해 이제 도시에서는 신문 가판대를 보기가 힘들어졌죠. 당시 신문 가판대를 생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된 것 같나요? 정부로부터 1헬러라도 보상받았나요? 이것이 방금 말씀하신 '공정한' 처사인가요? ... 대기업을 도와 무고한 시민들에게서 이권을 빼앗아 오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요? 이런 건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고요. (햄: 제가 법조계에서 구른 지도 벌써 오 년이 지났습니다. '공정'이란 말을 누가 믿겠어요? 산더미처럼 두꺼운 법전을 넘겨봐도, 그 속에서 '공정'이란 두 글자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인위적으로 정해진 법률에 따라 공정을 실현하려는 생각. 그 자체가 헛소리다.' 

 


 

#3

 

무에나: 기사의 무기와 갑옷을 장식용으로써 소비할 뿐만 아니라, 덧없는 평화를 위해 리듬을 새겨 넣는다라, 확실히 편리한 것 같군요.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들이니, 노래는 더더욱 부를 수 없겠지요. (귀족: 하지만 평화와 교류는 언제나 전쟁과 대립보다는 좋은 일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눈앞에 있는 평화의 대가와 가치를 이해하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각상에 대한 제 생각이라면...... 카시미어에 있기엔 우스꽝스러움이 부족하지 않나 싶군요. 

 

(중략)

 

플레임테일: 빛의 기사로부터 당신의 검술은 자신에게도 뒤지지 않는 솜씨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화가 났을 때만 검을 든다고 들어서, 저희가 가르침을 청할 기회는 없을 것 같네요...... (중략) 어라, 혹시 무에나 씨도 감염자 폭동 건 때문에 오신 건가요? 그럼 혹시 도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무에나: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감염자를 지지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만. (중략) '희생양'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지... 어쩌면, 너와 나 또한 이미 희생양 신세일 수도 있고. ...몇가지 확인하고 오겠다. 그리고 나선,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너희들에게도 물어볼 것이 있으니 기다리도록.

 


 

#4

 

제노: 저희가 가서 도와줄까요...... 어, 사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저랑 다니다가 체포되는게 무섭지 않나요?

무에나: 그들이 나를 체포할 이유는 없다.

제노: 그리고 감염되는 것도 무섭지 않으세요......?

무에나: ......가지. 

 

 

(중략)

 

 

라이타니엔 귀족: 카시미어인, 당신들의 도시가 부럽기 때문입니다. 귀족, 기업가, 그리고 일반인들이 하나의 번화가를 걷고, 누군가를 위해 길을 비켜야 할 의무도 없죠. 훌륭한 제품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없는 사람을 배척하지도,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웃는 사람도 없죠. 재산만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일상 곳곳에는 재산을 축적할 기회가 도처에 있지요. 나는 나의 영지민들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멋진 날들을 보낼 능력이 있기를 바라고요... 

무에나: 기회? 멋진 날들? 하, 당신과 같은 신분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런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라이타니엔 귀족: 아뇨, 저 또한 지금 외부에 보이는 것들이 이 도시의 가장 화려한 모습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이미 충분할 만큼 많은 황금과 보석들을 감상했지요. 그렇기에 저는 빈민가에 온 것입니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어떤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쫓는지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요. 저는 그것을 배운다음, 개선할 것입니다.

무에나: ......

제노: 이 근처는 위험합니다... 정말 이대로, 음, 당신이 말씀하신 사람을 찾으러 갈 건가요? 만약 그 사람이 이미 도망친 거라면요? 절 돕다가 다치실까 봐 그래요...

무에나: .....난 내 할 일이 있다. 라이타니엔에서 온 당신, 스스로가 말한 '진실 어린 선의'라는 걸 가지고 있다면, 이 길을 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중략)

 

라이타니엔 귀족: 그날부터였습니다. 제가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화를 내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당신은 어떻죠? 왜...... 아무렇지도 않게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까? 설사 전처럼 부정한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으로 봤을 때 당신은 전쟁의 화마 속으로 거리낌없이 달려들었을 것 같습니다......

 


 

#5

 

"......가난한 자들과 난만들을 지키는 건 기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갈 파트너는 보다 신중하게 골라야 할 것이야. 네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랑 같은 고난을 겪게 해서는 안 되며, 악인의 감화와 약자를 모으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 네가 작물을 살리고 싶다면, 먼저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땅을 있는 힘껏 갈아엎어야 한다." 

 

난 아버지의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자신을 경작자이며, 도대체 누가 타인은 재배가 필요한 작물이라고 정했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이 땅을 뒤엎을 수 있게 정했단 말인가? ......아니, 난 이것을 답장에 쓰지 않을 것이다. 기사는 의문만을 품어선 안 된다. 기사에겐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답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톨런드: 그럼 무에나...... 흐음, 네가 검을 가져온 이유는 그랜드 나이트 영지 녀석들을 귀찮게 하기 위해서였구나. 그 도시를 떠났으니, 이제는 무기조차 필요 없다는 거고? 널 죽이고 싶어 하는 놈이라면 내가 있는 이곳만 해도 한 무더기는 있어. 그 나뭇가지 하나로 모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거만해진 건가?

무에나: 난 그냥 여기 서 있을 뿐인데,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출정 기사에게 검의 조정을 맡겨 놓았다. 난 여기 중요한 일 때문에 온 거다, 톨런드.

 

 

(중략)

 

 

츠시보르: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즈보넥에서는 변경을 순찰하면서 라이타니엔의 도시를 주시하고 있었지. 하늘이 맑았던 그날, 거대한 그림자가평원을 지나갔어. 장차 기사가 될 아이들은 전쟁터의 명장을 따라하며, 누구의 나무 창이 먼저 상대를 찔렀는지를 두고 자주 싸웠었지. 그것이야말로 내 고향의 추억이지 않을까 싶네. (출정 기사: 그럼 그 후에... 가문의 기사는 전사했나요?) 그렇지 않아. 그 기사들은 반역죄를 저질렀어. 당시의 나는 그저 가신의 아들일 뿐, 나이도 어렸기에 마땅한 지위도 없었지. 가문이 라이타니엔과 뒤로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자, 감정회는 우리의 귀족 직위를 박탈했지. 나는 연회에 뛰쳐들어온 젊은 협객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요쳥했지만, 그는 음모에 가담한 사람을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더군. 그 불명예스러운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으니, 이제 와서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 ......너희가 날 기사단장으로 추천했을 때, 전 기사단장은 인정하지 않았어. 그렇지? 그건 기사단장이 당시 내가 목숩을 걸고 가족의 음모를 지키는 게 아닌, 타인을 불러 이 모든 것을 막겠단 선택을 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충성보다 정의를 우선시했다...... 라는 거야. 이 점은 출정 기사에게 있어 심각한 결점이지.

 

톨런드: 그 얘기는 나도 너희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야. 그 녀석이 친구라고 데리고 왔을 땐, 설마 철부지 귀족이라고 생각했던 네가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지. (중략) 최악의 가능성은, 두 가지 사건이 전부 벌어지는 거지. 예를 들자면......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조각상 앞에서 라이타니엔인이 죽는 모습을 너에게 보여준다든가 말이야. 잠깐, 어딜 가는 거야?

무에나: 녀석은 무엇인가에 의해 판단력을 잃어서도, 하물며 비열한 수단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중략)

 

 

출정 기사: 또 다른 할 말이 있다면... 전장은 기사가 진정으로 공을 세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저희들 대부분이 페가수스의 우수한 혈통이나 명문가 출신이 아니라, 기사 가문의 신하거나 가신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핵심 기사단에 입단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 전장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상인들이 우리의 승리를 가져다 팔도록 하지 않을 것이며, 적의 포화 앞에서 움츠러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모든 카시미어인들이 지금도 저희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츠시보르: 아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말게...... 전쟁이란 본디 우리 기사의 책무이니까. 그들은 연약하며 두려워해도 괜찮아. 우리는 그들을 위해 싸워, 그들이 우리를 믿게 만드는 것이지. (중략) 우리의 행동은 결코 불명예스러운 짓들이 아니지. 대귀족과 상인들은 언론과 함께 침묵을 지키며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난 적어도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침묵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사는 권력에 고갸 숙여서는 안 돼. 하지만 타인의 고난에 무릎을 꿇는 것도 마다해서도 안 되지. 카시미어에서 이상을 찾는 대다수 사람이 직면하게 될 곳은, 평탄한 평원이 아닌 절벽 끝이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그들이 그 절벽 끝에서 간신히 서 있었다는 걸 말이야. 죽음을 각오하고 심연으로 뛰어든 사람들, 그들의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겠지. 그렇기에 나는 전장의 포화로 대지를 두들기며, 사지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야. 

 

 

무에나: 난 그가 자신의 모든 희망을 전쟁에 거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톨런드: 츠시보르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궁지에 빠지게 만든 카시미어를 노려야 해. 하지만 네가 기사단 전체와 맞서 싸우고 싶다면, 그리고 그럴 만한 능력이 정말로 있다면...... 네 검을 가져간 건 지금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겠지.

무에나: 내가 그를 막으러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톨런드: 예전에 바운티 헌터들이 왜 너를 따라다녔다고 생각해?

무에나: ...... 넌 출정 기사들과 싸울 필요 없다.

톨런드: 너도 그렇게까지 감정적일 필요는 없지. 물론 네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아. 내 형제 몇 명이 아직 기사들에게 붙잡혀 있어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아. 출정 기사랑 싸워도 우리한테 승산은 없고. 하지만 츠시보르가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니 이거 나름대로 슬픈 일이네. 너희 기사님들이 적어도 모두 이런 건 아니라고 믿어도 되겠지? (중략) 하! 네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은, 번복하는 일도 없었고 그 가치를 재보는 일도 없겠지.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을게. 진짜로 얘기만 하러 가는 건 아니지?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분노도 가슴 벅찰 틈조차 없다. 무에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을 빌려주겠나."

 


 

#6

 

무에나, 그 두 사람한테서 연락이 끊기다니, 믿을 수 없어. 너희 니어 가문의 사람들은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해.

하, 내 생각도 그래. 그 두 사람이 사라져 버리다니, 너무 이상하지.

바운티 헌터들이 수집한 정보는 대략 삼 년 전 황금 평원을 끝으로 끊겼어. 그 뒤로는 두 사람을 봤다던 사람들도 없고.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넌 돌아가서 키릴 씨를 보살펴 드려야 하는 거겠지?

......최근 몇 년 간, 많은 사람들이 니어 가문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 자들은 나의 형제가 세운 공을 질투하고, 사방을 휘젓고 다니는 방랑자인 내게 원한을 품고 있지.

하지만 네 형, 스니츠는 이 시대 최고의 군인이야, 모두가 이를 똑똑히 보았을 텐데...... 질투하더라도 그 능력을 부인할 수 있을까? 전쟁에서 이기고 싶지 않다는 건가?

그들이 보기에 전쟁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뜻이겠지. 아니, 이 이상의 전쟁을 두려워한다는 표현이 적당하겠군. 그러니 자신들의 가장 날카로운 검을 봉인한 것이겠지...... 겸사겸사 내가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복귀하도록 압박을 주었고. 

하지만 넌 절대로 돌아가서는 안 돼! 말했잖아, 니어 가문의 사람이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뭐야, 츠시보르.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 또 잠을 설쳤어? 어제 우리가 구해 낸 사람들이 다시 잡혀갈까 봐 걱정이야?

아니, 난 그저... 암살을 계획중이다 보니, 생각이 좀 과했던 모양이야. 

 

 

(중략)

 

 

츠시보르: 옛 친구여. 역시 내 길을 막아서려는 건가. 과연 이를 기뻐해야 할까?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이제라도 무언가를 하려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무에나: 그저 약속대로 검을 받으러 왔을 뿐이다.

 

츠시보르: 그런 것치곤, 빈손으로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 아무튼 나에게 그만두라 설득하러 온 거겠지. 이제야 알겠어, 결정한 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때의 널 더욱 존경하게 되었어.

 

무에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네 독단적 행동과 내가 해온 일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려는 거지?

 

츠시보르: 내가 도발한 대상은 확실히 너보다는 적지.

 

무에나: 네가 한 짓은 도발 따위가 아니야...... 그저 저열한 수법이라 말하고 싶군. 

 

츠시보르: 내 수법이야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그저... 너와 카시미어에게 똑같이 실망했을 뿐이니까. 감정회에선 출정 기사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이 기록에 남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겠지, 그러니 만약 정말 명령에 따랐다 한들...... 복귀하는 중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처리되든, 그 빌딩의 밑에 연금되어 영원히 입을 다물게 되든 하지 않겠나? ...마치,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무에나: 네 입장으로 내 삶을 판단하려 하지 마라, 츠시보르. 만약 네가 스스로의 아집을 꺾지 않고 수많은 이들이 나서게 될 전장을 멋대로 결정하려 든다면 이는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츠시보르: 평민을 대신하여 전장에 나서는 건 출정 기사의 의무지.

 

무에나: 전쟁에서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은 무력한 평민들이란 걸 모르나? ......너라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 선택이 본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츠시보르: '더 현명한' 판단? 그 현명한 판단이라는 게 설마 이대로 카시미어에서 도망치는 건가? 만약 떠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 거라면 왜 넌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는 거지? 아니면 모든 계획을 포기해야 할까, 이게 나의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카시미어에 필요한 것은 진정한 폭력, 세상을 뒤엎을 전쟁이라는 것을! 

 

무에나: ......아니.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중략)

 

츠시보르: 그리운 아츠의 빛이군, 진정한 니어다워. 책에서 키릴의 전설을 들어본 적이 있어. 거리 광고에서 '빛의 기사'란 거룩한 칭호도 보았고, 네가 얘기해 준 형님분의 눈부신 빛도 보았지. 하지만 내가 잘 아는 니어는 지금 내 눈앞의 것뿐이다. 마치 그날 반역을 꾸미던 연회에서처럼...... 문을 열면 피가 강처럼 흐르는 광경을 보게 될 줄 알았건만, 도리어 빛의 폭포가 나를 감쌌었지.

 

무에나: 이미 오래전 일이다.

 

츠시보르: 그래. 과거의 일로 칭찬받는 것 자체가 가여운 일이지.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지? 검술은 여전하나, 빛은 예전보다 조심스럽군.

 

무에나: 이미 답을 내렸으면서 왜 나에게 묻는 것이지?

 

츠시보르: ......네가 무력했다는 걸 믿지 않기 때문이다. 셀리나가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압송되어 국민원의 판결을 받을 때, 네가 그녀의 누명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무력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말 한마디면 끝나는 일이었을테니까.

 

무에나: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무수히 많다. 

 

츠시보르: 네가 그런 일에 발목을 잡히리라 생각하진 않는데.

 

무에나: 국민원 앞에서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린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츠시보르: 과거의 너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겠지. 국민원이 미처 살피지 못한 공정함이 있다면, 이를 법전에 새겨넣기 위해 투쟁했을 거라고. 

 

무에나: 연루된 세력이 지나치게 많았다. 피고인만 열셋이었지. 법률 하나로는 무고한 이들에게 공정함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어.

 

츠시보르: 그러니까 그들에게 씌워진 누명은 너의 삶을 걸고 싸워볼 만큼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가. ......이제는 죽음이 두려워진 거고? 아니면 더 이상 목숨만큼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 넌 어떻지? 그때는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검을 집어넣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 넌 염치없는 귀족이나 상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지. 수도의 저 높은 곳에서 온 경고도 신경 쓰지 않았고, 이 모든 것들이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 또한 하지 않았어. 넌 영원히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정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불살라도 좋다는 듯이 행동했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무에나: ...... 네 신념을 근거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건가? 희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며, 목숨을 푼돈처럼 판돈을 걸고 베팅하는 그까짓 신념으로? ......네가 이렇게 죽는 건 원하지 않는다. 네 계획은 실현되어선 안 되며, 실현될 수도 없다. 넌 아직까지 무엇에 집착하는 거지?

 

이 사회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다. 모든 것에 값어치가 매겨진 삶에선, 정확한 선택을 내리는 데에는 계산기조차 불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현명한' 선택을 고르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나는 알고 있다. 감정회에서 널 초청했겠지, 마치 다른 니어들을 초청했던 것처럼. 기사들을 경기장 속에 몰아넣고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상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겠지. 넌 놀랄 만한 부와 권력,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 낼 수 있었을 테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너 또한 본인의 고집대로 하면서, 왜 나를 설득하려는 거지? 

 

츠시보르: 내가 출정 기사로 돌아와 다시 귀족 가신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은, 같이 걸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오해하지 말아줘, 무에나. 나는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야. 전쟁은 언젠간 닥칠 것익, 기사는 본래 이를 짊어져야 할 뿐이니까. 많은 이들이 라이타니엔 고탑의 그림자를 본 적도, 북풍과 함께 들려오는 통곡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지. 그렇기에 그들은 경기장에 흩뿌려지는 선혈을 보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거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 기사의 정신은 출정 기사에게 있어 빛나는 것이지, 칼끝에서 빛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 또한 폭력도, 황야의 해골과 먼지도 아니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사람은 타인을 약탈하고, 짓밟고, 해할 수 있지만..... 타인을 위한 희생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기사의 피는 이를 위해 흘러야 하지.

 

무에나: ......기사의 영광은, 누군가가 보아야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전쟁에 운명을 맡기면서...... 기사의 정신을 지킨다고 말하는 건가? 네가 걸어갈 길을 위해 피를 흘린 이들을 위해 너는 예전처럼 눈물을 흘리고 슬픔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가? 

 

빛방울이 창끝에 떨어졌다. 마치 부슬비가 내리는 새벽이 조금 일찍 찾아온 듯, 숲을 뒤덮은 밤안개 속 빛무리가 퍼져나갔다. 

 

 

(중략)

 

 

츠시보르: 누구에게 패배했다고 하길 바라는 것인가? ......감정회의 건물 안에 앉아, 비열한 술수와 거짓된 명예에 심취해 있는 귀족들에게 말인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거짓말로 평화를 가장하고, 왜곡된 욕망을 카메라 앞의 유머로 꾸며내는 장사치들한테? 아니면 내가, 저 촘촘히 얽힌 권세에 대항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카시미어를 떠나, 지금까지의 투쟁을 포기하고 우리가 적대했던 모든 것들에게 고개 숙여 화해라도 하라고? ......나는 그저, 달리 걸을 만한 길을 찾지 못했을 뿐이야. 이 유일한 가능성조차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거라면 너의 검으로 증명해 봐라. 만약 내가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대상이 너라면, 그건 받아들이겠다. 난 권력과 돈, 구차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나 헛되이 보낸 시간에 지는 것이 아니다. 

 

무에나: ......아니. 내가 말했지...... 네가 이렇게 죽는 건 원치 않는다고. 

 

그는 상대가 멈추기만을 바랐다. 

 

츠시보르: ......무에나, 어째서 넌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 거지? 너의 분노는 나보다도 뜨거우며, 내가 보아 온 모든 것들 또한 너도 알고 있었지 않나? 네가 보지 못했을 리가 없어...... 상업연합회는 진작부터 출정 기사에게 간섭하게 됐고, 갈수록 더 많은 기사들이 명예를 팔아 돈을 벌고자 했어. 심지어 사병을 긁어모으려는 야심찬 장사치들을 위해 몸 던지는 기사들도 있었지. 라이타니엔...... 위치킹의 탑이 무너진 지도 충분한 세월이 흘렀지. 나는 그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어. 그곳엔 오직 공포뿐이었고, 낭만이란 없었지. 그 어떤 시대라도, 수많은 사람들은 황야를 헤매야 해...... 재앙, 전쟁과 도시의 발전 모두가 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지.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어째서 검을 뽑으려 들지 않는 거지? ......이상을 위해 투신한 모든 열의의 마지막은, 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퍼지는 비웃음이던가. 

 

그것은 역경에 처한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때, 옆에서 조소하던 무심한 구경꾼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들을 보며 느끼는 슬픔은, 죽고 다친 이들을 보며 느끼는 슬픔과 동등하니. 그것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울리고 있을, 나의 필사적인 몸부림에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그들의 비웃음이다. 몸이 박살 나 가루가 될 때까지 부딪혀도, 그 이외의 방향은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니어여. 그는 생각했다. 너는 이렇게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츠시보르: ......그 길고도 헛된 여정의 끝에...... 네가 결국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돌아가야만 했던 순간 같군. 무에나, 네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가장 빛나던 순간에, 마치 심연에 빠진 불꽃처럼 갑작스레 지워진 그 두 이름. 15년간, 감정회는 너의 추궁에 무대응으로 일관했지. 니어 가문의 이들이, 그토록 빛나던 이들이 카시미어에게 거부당했어...... 이 어두운 밤 속에 가라앉은 이 나라는, 그들의 한 줄기 광휘마저도 용납할 수 없었던 거야. 이에 넌 무척이나 실망했겠지...... 너는... 그들이 저 먼 이국땅에서 얼마나 오랬동안 기다려 왔는지조차 모르겠군. 

 

무에나: ......뭐라고? 

 

20년에 달하는 의문, 그에게는 편지 한 통을 보낼 기회조차 없었다. 20년의 침묵 끝에, 그는 이것이 출정 기사에게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에나: ......다른 이들에게, 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나?

 

츠시보르는 고개를 저었다. 기나긴 침묵 속에서, 무에나는 이어질 비난의 한마디를,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기다려 온 후회 한 마디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한숨과도 같은 무거운 숨소리와 이를 뒤따르는 가벼운 금속음뿐이었다. 출정 기사의 몸이, 지면에 깊숙이 박힌 창에 기대어졌다. 마치 그들이 황야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 왔던 텅 빈 갑옷처럼. 곧이어, 무에나는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자에게 기사의 예를 표했다. 

 


 

#7

 

무에나: 그렇게나 답을 알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힌 이가, 실현될 수 없는 기사의 이상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그것이 녀석이 마지막으로 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애도를 하려거든, 마음대로 하도록.

톨런드: 하, 듣고 보니 정말...... 잔혹한 이야기였군. (중략) 희망이나 신념이 곧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순간에 죽을 수 있는 것도 꽤나 운이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어. 안타깝지만 이제 와서 다시 이상에 대해서 얘기해 봤자, 편안하게 죽을 수는 없겠지. 차라리 딴 사람에게 화상을 입히는 정도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에나: 화상? ......좌절과 분노 사이를 선택할 정도로 편협한 이상을 가졌던 자는, 아무리 안타까운 처지였다 해도 일말의 동정을 가질 가치도 없다. 녀석의 의문은 내가 최근 몇 년간 가졌던 의문보다 적다. 만약 네가...... 녀석이 이런 극단적인 수단을 쓴 이유가, 마음속에 괴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또는 어떤 원대한 야망이 있었기 때문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라면, 아마 실망할 것이다. 길을 잘못 드는 이들은 흔하지 않나? 

 

기사는 의문만을 품어선 안 된다. 기사에겐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답이 있어야만 한다.

 

무에나: ......내겐 답이 없다. 카시미어도 내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지. 난 단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왜 내게 묻는 것이지?

 

톨런드: 너도 조금은......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돌아가 틀어박히는 것 말고 다른 생각도 가지고 있을 거 아냐. 네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게 그 녀석의 죽음을 전부 네 탓으로 돌려버리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되잖아. 그걸 갚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안 되고.

 

무에나: ......방관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톨런드. 다만 그 기사의 이상을 부정한 건 바로 나다. 난 그의 말을 마지막까지 듣고... 그를 죽였다. 하지만 나도... 그의 목숨을 존중한다. 난 그의 마지막 질문에 답해야만 했지. 

 

(중략)

 

마가렛: 이런 일이 늘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도 진작 알았어야 했어. 지금까지는 할아버지의 명성이 가문을 그 화살들로부터 지켜 주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말이야. 사실 나도 최근에 위협을 받았어.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 부상을 입은 건 내가 아니라, 공익 활동 중에 친구가 된 평범한 중학교 선생님이었지. 상인연합회 중 일부 사람들이 내 연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들은 익명의 편지를 보내, 내게 언사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지. 나도 알고 있어, 이건 연설이나 한 마디 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구실을 하나 찾아냈다는 말이 더 맞겠지. 이런 공격이 한 번에 그친다는 보장은 할 수 없어. 내가 그들 눈에 거슬리지 않을 때까지 끊임없이 날 압박하겠지. 물론 나도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내 사람들을 지켜낼 거야. 이 사실을 너희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았어. 마치 이전에 있었던 토너먼트처럼, 내가 이렇게 무탈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건 많은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중략)

 

나이 든 기사&장인: 아쉬운 일이지. 그 녀석(=스니츠)도 원래대로라면 키릴님만큼이나 카시미어 역사에 오래 기억될 영웅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데. 게다가 난 적어도 두 젋은 니어가 공훈을 세우는 걸 보고 퇴역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하아, 그래도 무에나 그 녀석은 스스로 떠난 거니까. 그 녀석이 데리고 있던 건 진정한 기사단 같은 게 아니었고 말이지. 스니츠는 그 녀석들을 작전에 포함시키고 싶어 했지만, 다른 기사단은 인정하지 않았지. 무에나도 자신의 동료들이 모욕받길 원하지 않았어. ......"단지 요새를 건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인 유랑민들을 어찌 기사와 동일시한단 말인가." 라고 했던가. 

 

(중략)

 

톨런드: 카시미어에 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할 거라면, 나도 반대하진 않겠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고난을 무찌르는 기사들보단 잠시나마 고난을 잊게 해줄 경기장의 배우들이 더 매력적이겠지. 그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는 걸 그리 원하지 않아. 괜히 힘만 들고, 게다가 발버둥 쳐 봤자 그렇게 좋은 결과도 못 얻을 거거든.

 

무에나: ......녀석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톨런드: 그래, 알고 있었을 거야. 우리 모두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은 단지...... 과거 속에서 죽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잘 된 거지, 말로는 조용히 지낸다고 하지만...... 우리 모두 안정 같은 건 생각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드네.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녀석도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사람 몇 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말이야. 그렇다면 그 비난받아야 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 누굴까? 이렇게 보니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은 아닌 것 같네. 게다가 그 녀석은 너한테 검을 돌려주기까지 했고. 

 

무에나: ...... 지금의 카시미어엔 이 정도로 예리한 무기가 쓰일 곳은 없다. 그도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지. 

 

(중략)

 

톨런드: 그럼 넌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닐 생각이야? 여태까지 소식 하나 없는데?

 

무에나: 희망을 버릴 이유는 없다.

 

톨런드: 근거 없는 희망이라 해도? 

 

무에나: 그걸로 충분하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서 내가 품었던 모든 희망을 더해도 이보다 많지는 않아. 오히려 누군가의 삶에 대해, 또는 이 시대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희망이 넘친다는 것이야말로 유치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톨런드: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너도 그동안 마가렛한테 편지 한 통 안 썼겠네?

 

무에나: 그럴 필요가 있나? 마가렛이 스스로 벌인 일인데, 설마 스스로 감당할 수 없기야 하겠어?

 

톨런드: 마가렛이 네가 걸어온 길을 똑같이 걷게 된다고 해도, 넌 연장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을 생각인 거야? 

 

무에나: 마가렛에게도 자신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톨런드: 그럼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야?

 

그는 거의 모든 길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를 따라가기 위한 이정표는 하나도 없었다. 모든 길은 이미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가 찾고 있는 것은 그 밖에 있다. 

 

무에나: ......단지 길을 모르는 방랑자에 불과한 이의 행방에,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을까? 

 
 


 
 
2) 닥터 (이름 없음. 박사/닥터 등의 호칭으로 언급 부탁드립니다.)
*서사적 토대는 대부분 원작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30대 후반 추정, 여성. 끝이 살짝 희게 바랜 검은 머리칼은 종아리까지 닿는 정도의 길이로 대충 묶어서 옆 머리칼은 묶이지 않은 채 흘러내린다. 눈은 고동색에 가까운 탁한 금안.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긴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성격입니다. 지위가 지위인 만큼 거래처와의 협상이 필수이니 포커페이스에 능하지만 자신을 신뢰하는 오퍼레이터 앞에서 굳이 표정을 숨기는 성격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함선 내의 사람들에게는 가리지 않고 평이한 말투를 사용하며, 존대는 쓰지 않습니다. 상대를 부르는 호칭은 당신, 혹은 코드네임입니다.

 

박사 개인의 가치관, 혹은 신념과는 별개로 타인의 기대에 걸맞는 목표와 결과를 최우선 삼습니다. 이때 타인이란 아미야와 켈시를 포함한 로도스의 핵심인물입니다. 기억을 잃은 현재 시점에서 박사가 대대적으로 보이는 행보는 본인의 신념에 의한다기보단 사명에 가깝단 느낌이네요.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남들의 눈엔 도박처럼 보이는 리스크 감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명 자체에 있어 맹목적이지는 못합니다. 자신에겐 과거의 기억이 없으니 앞만 보고 나아가기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만 발에 채이네요. 그러니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고, 바닥을 살펴야만 합니다. 

 

박사는 많은 물음에 모호한 답을 내놓습니다. 

 

당면한 현실을 바꿀 수 있나요?

'확답할 수 없다. 그러나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본인의 기억을 전부 되찾은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나요?

'현재로서 알 수 없는 사실을 확신하지 않겠다. 나는 과거의 나를 모른다. 애초에 둘을 같은 사람이라 볼 수 있을까? 아미야는 그렇게 생각해줄지 몰라도 나는 제대로 답할 수가 없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을 신뢰할 수 있나요?

'그들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박사가 본질적으로 연구자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가설이 틀릴 수도 있는데 검증 단계에서 답을 내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답이 없다고 하여 의기소침해지거나 우울해하는 편은 아닙니다. 많은 것이 혼란스럽지만 당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네요. 아직 알 수 없는 미래를 앞서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속 없이 태평한 인물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신중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베일에 싸인 인물처럼 느낄 수도 있겠죠. 박사는 여러 오퍼레이터들이 자신에 대해 갖는 수많은 이미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로도스에서 박사의 위치란 '수많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모을 수 있는 축'입니다. 때문에 오퍼레이터 각자가 가진 생각이 어떻든 전면으로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일단 감염자를 구한다는 이념에 부합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세세한 부분에서 그들의 생각에 간섭하지 않고 너그러이 받아들입니다. 그런 불완전하고 다양한 집단이기에 해낼 수 있는 일도 분명 있을 것이라 말하면서요. 하지만 방황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생각이 정말 자신의 것이 맞는지, 나아가는 길에 확신이 있는지를 물어보며 고민할 여지는 만들어주는 정도로요.
 
 
 
 


 
 
 
3) 관계

 
기사에겐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답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서로에게 거리를 두고 선을 침범하지 않는 부하-상관에서 자신의 생각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 정도의 느낌으로 거듭나는 관계입니다. 조용한 집무실에서 서류 넘어가는 소리, 펜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문득 한 마디씩 툭툭 주고받는 이미지를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시미어와 로도스 사이의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로도스는 무에나에게 편지를 보내 협력을 요청하였으며, 이후 무에나는 정식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입사 당일 무에나에 대한 인사 기록 및 인터뷰를 박사가 직접 맡으며 무에나와 니어 부부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문제의 협조를 받아들였겠죠. 카시미어와 관련된 안건을 해결하며, 혹은 니어 부부에 관한 화제가 언급될 때 무에나를 찾게 됩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묘한 신념-실행의 차이를 느낍니다. 박사는 로도스를 대표하여 일을 하는 사람이고, 무에나는 단 한 번도 집단을 대표하여 나선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가 젊었을 적 한 활동도 가문을 위시하기보단 가문의 신념을 밑바탕으로 단독으로 활동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무에나는 이미 바꿀 수 없는 카시미어의 어두운 현실에 어느정도 단념한 사람이라면, 박사-로도스는 그가 이제껏 겪어온 삶을 전면으로 부정하며 감염자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뭐라도 행동하면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들과 협력합니다. 무에나 또한 감염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또 그는 의무감 이상의 열의를 갖고 로도스에 협조하지만, 본사의 신념에 완벽하게 감화될 수 있었을까요? 현재 몸 담근 집단 또한 이상을 향해 달려나가다 추락할 무언가에 비추어 본 적이 과연 없었을까요?
 
그가 가진 의구심을 먼저 알아챈 것은 박사 쪽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로도스와 협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그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며 어떠한 의견이나 입장도 표현하지 않았겠죠. 그는 스스로 적을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길을 선택했으니까요. 더군다나 무에나는 페르소나가 강한 편이라 완벽한 타인도, 친밀한 대상도 아닌 박사에게 본의를 털어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속에 분노를 품고 있어도 섣불리 표출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낙천적인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뭇 냉소적인 말을 던지지만 상대가 역으로 무에나에게 질문하는 순간 침묵합니다.
 
나아갈 미래에 의문을 품은 것은 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확신이 있어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더 나아지길 '믿으며'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겠죠. 로도스는 테라 내 그 어떤 집단보다도 공익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 행위가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균형을 잃어서도 안 됩니다. 사선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마도 국가 간의 관계에서 로도스가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표하고 있는 실정도 이 연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최대한 적은 수의 희생을 치르며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애쓰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에, 혹은 다분히 의도적인 순간에 누군가 희생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 편린에 불과하지만, 과거 바벨이 무너진 이유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더욱 주의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에나는 박사에게 실패하게 될 미래를 묻습니다. 아득히 먼 이상을 위해 투신하는 자들의 내일을 의심합니다. 그런 무에나에게 박사는 쉬운 말로 반박할 수도 있었겠지만, 명확한 부정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 또한 생각해본 적 있는 미래니까요. 전쟁과 전략에서 일시적인 성공은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설정한 이상은 애초에 성패를 단언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는 그저 니어 가문의 신념이 그러하듯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정의가 있음을 말합니다. 당신이 그랜드 나이트로 돌아간 이후 침묵을 택하게 된 이유는 누구도 함부로 유추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박사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회상할 수 없는 과거의 부채를 자신은 갚아야 하기에. 당신의 삶이 그러했듯이, 나 또한 내 몫의 삶을 감당해야 하므로.
 
작고 사소한, 그러나 무수한 마찰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조금씩 받아들이다 보면 도달하는 곳은 인간적인 존중입니다.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사는 일궈야 할 경작지가 존재하는 방앗간지기가 아니며, 무에나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몸을 던지는) 거대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니까요. 무엇이 옳은지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실패의 가능성을 거두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관점에서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행위를 헛된 처사라고 단언하지 않으며, 타인이 품은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물러나줄 수 있는 정도의 배려 정도는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최선보다는 최악을 면하기 위해 이루는 타협. 죽음을 경계하며 생을 쟁취하기 위해 떠도는 방랑자들. 온전할 수 없는 승리.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남들이 누리는 평화에는 안주할 수 없는 사람들의 유대 따위의...
 
그 정도의 시기가 온다면 '무명의 방랑자'에서 무에나가 마지막에 던진 자문 ("......단지 길을 모르는 방랑자에 불과한 이의 행방에,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을까?") 에도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무에나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소문 자자한 기사였던 것과 별개로- 마땅한 공훈 한 줄 남기지 않은 무명의 방랑자로 살아왔지만, 적어도 이름 한 마디 불러줄 사람들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그것은 천진한 희망보다는 위태로운 현실 속 온정한 호명일 것입니다.


+) 무에나는 천성이 상명하복 체제의 집단의 일원으로서 일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인 키릴은 그에게 '밭을 일구는 사람'이 되라는 은유와 함께 당신이 영지민들을 이끌 줄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무에나는 그에 의문을 품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그들을 이끌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는 식으로요. 각자의 몫을 살아가는 이들을 한낱 곡식으로 비유할 수 있겠냐면서요. 결국 그는 (명예에 눈이 멀어, 혹은 더이상의 전쟁은 필요 없다 여겨 기사들을 추방하거나 누명을 씌운) 국가의 원수급 되는 이들에게 크게 실망하여 등을 돌렸습니다. 대신 어울리지 않는 직장에서 많은 것을 참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손에 닿는 것들을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니어라는 이름이 주는 영예를 포기하고서요.

그가 그랜드 나이트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정체성-카시미어인으로서의 (과거의) 자긍심과 니어로서의 신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대다수가 '니어 가문의 차남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잠적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누구보다 고집스레 삶을 버티며 자신의 나라가 바뀌길 원했던 건 무에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하 론트레일 스토리를 기반한 타로 캐해석 자료 첨부합니다. 상단의 기록은 이전에 신청드린 자료와 동일하므로, 이하 내용만 추가적으로 살펴보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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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에 적어주신 것은 "박사가 본인의 동족이 모두 죽었다는 걸 안 뒤에도 무에나에게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였지요. 여기서 박사가 본인의 동족이 모두 죽었다는 걸... 그러니까 자기 과거의 비밀(이랄까요)을 전부 알게 된 뒤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 것인가... 부터 읽어보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죵

전차 정방향... 음! 주신 자료 읽어보면서 느꼈을 때도 박사라는 존재가 되게... 우직하고 분명한 데에 코어가 있다고 느꼈는데, 카드도 시작부터 그런 뉘앙스를 풍겨주네요. 박사가 자기 동족들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제대로, 전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를...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조금 더 강하게 만들 것 같달까요. 전차 카드는 기본적으로 승리하는 것, 나아가는 것을 점쳐볼 수 있는 카드인데 이처럼 박사는 자신의 과거-동족의 과거를 보고도... 오히려 이렇게 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당장 그가 로도스에서 하고 있는 일은 "현재의 세상을 유지하고 복구하는 일"이니까요. 인간종족이 가지고 있던 사명을 이룰 수 없게 된 것은, 바꿔 말하면, 인간 종족이 이뤄내지 못한 사명의 무게가 본인에게 주어지게 된다는 뜻인데(홀로 남은 마지막 생존자니까요), 그 일을 어찌보면 이미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너무 커다랗고 묵직해서 좀 감당 안될 수도 있는 것이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고(ㅋㅋㅋ)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박사가 로도스에서 일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에 '더해서' 자신이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고민이나 불안함이 있었을텐데... 이 불명확함이 사라진 것이라 다른 사람들이 암만 걱정하여도 박사로서는 그랬구나, 이게 일종의 운명처럼 어차피 여기로 이어질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요. 내가 가던 길이 아주 틀리진 않았네, 하는 무던한 안도감이에요.

이후로도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는... 정의 정방향이 나왔는데요. 음~,,, 일단 기본적으로 원래 박사가 무에나를 부추길 수 있었던 것이 어떤 흐름에서였는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그게 어떤 제3자로서의 책임감 없는 부추김이라거나, 상대가 고생하는 걸 보고싶어서ㅋㅋ 라기보다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부추긴 거잖아요? 본인이 과거를 모른다고 할지언정 현재에도 아주 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를 위해 할 일이 있는 상태로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해보이는지 알면서도 계속해나가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존재가 보일 때 힘을 실어주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대신 해줄 수는 없지만)

해서 이 경우에는 조금 더... 뭐랄까요 무에나에게 어떤 예시가 되어주고 싶어할 것 같아요. 박사는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이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종의 운명임을 제대로 확인하였는데, 박사가 보기에는 무에나의 일, 무에나의 고민 역시 그냥 단순한 인과응보의 차원보다도 운명의 차원인 것으로 여겨져 왔을 거거든요. 거기다 심지어 "기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가족 문제까지 엮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운명이라고 딱 이름 붙이지 않아도 무에나라는 '존재'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니까. 여기서 박사라면 이전과 똑같이 행동할거고, 혹시 누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어째서 여전히 똑같이 굴 수 있느냐고 하면, "어차피 무에나가 그걸 포기하고 외면하더라도 결국엔 다시 그 일이 그에게로 돌아올거야" 라는 식의 말을 할 성 싶어요.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7과 11은 균형이 좋은 편이라... 이 일이 그를 흔들기보다는 그의 논리체계를 더욱 확고히 뒷받침해주게 되었다는 게 가장 맞는 말이겠습니다. 맞아요... 상황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겠지만요 (곰곰)

그리고 인게임 스토리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큰... 실패를 경험해본 적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복구할 수 없는 실패가 아직 그를 완전히 무너뜨려본 적은 없다는 느낌이 있어요. 앞으로는 또 모를 일이지만은...


 

음! 어우... 이거 되게 신기한 흐름이에요. 소드 페이지가 나왔는데, 박사와 무에나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일까 하는 질문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언변에 능하고(ㅋㅋ) 그것이 아니더라도 타인과의 관계에 선을 쉽게 그을 줄 아는 사람들이지요. 이름에 대한 인지도 그렇고, 박사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지점도 그렇고요. 이 때 무에나와 박사는 기본적으로 흔들리지 않(고싶어하)는 부분에서 공명하게 되는데, 이러한 공명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전부를 말하지 않는 태도... 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선을 긋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건 전부를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익스큐스가 되는 지점에 있지요. 무에나에게도 박사에게도 우리는 서로 그 선을 존중할 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보다 더 많은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거나, 더 동질감을 느끼는 면모가 있을거예요.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사는 시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명방 세계관처럼 불안요소가 계속해서 존재하는 세계라면요.

하놔 미치겠네ㅋㅋ 그래서 지금 두 사람이 각각 어느 포인트에서 서먹함을 느끼게 될지... 를 뽑아봤는데 둘 다 역방향이 나오네요. 박사-완드9 역, 무에나-세계 역. 입니다. 흠... 일단 박사의 얘기부터 들어봅시다. 박사는... 이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알고 그 운명을 완성하기 위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거예요. 게임 스토리와는 별개로 이 세계에서 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복해서 선택을 해나가고, 그 선택이 자신을 붙잡지 않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사람이네요. 박사가 선택했던 것들이, 그래서 정말 별 수 없이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했던 순간들이 지나온 길에 남겨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박사를 따라왔다고 생각할만한 순간이 와요. 실제 어떤 행위를 한 게 아니고 재앙같은 현상에 한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최종 결정 버튼을 누른 건 나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 한 켠에 항상 있는거지요. 박사는 거기 파묻혀 쓰러지지 않게 그것들을 계속해서 응시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굉장히 쉽게 냉소적이게 돼요.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사용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그건 무에나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 고향의 어떤 사람들/결정권자들의 태도이기도 하고요...

이게 아까 뽑은 소드 페이지 정방향과 연결되는데... 사실 무에나가 사람의 사정을 참작하지 못할 인물은 아니잖아요? 모두에게 사정이 있다는 걸 모를 사람도 아니고, 그러나, 이런 경우 박사가 사용하게 될 변명(,,,)들을 비슷하게 사용하는 존재들을 영 좋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변명만 하지 자기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과정의 고뇌나 죄책감을 불러일으킨 '책임'까지 전부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에요(실제 그런 고뇌나 죄책감이 없는 넘들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여기서 박사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일단 자신에게도 버겁고, 또 "말해봤자 어떤 소용이 있는가"에서 오거든요. 그는 자신의 언행이 결국은 핑계가 된다는 걸 알아요. 결정권자가 가져야 할 책임 혹은 죗값이 있음을 모르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억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그 사실을 표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당하다고 타인을/그것도 무려 무에나를! 설득하려고 드는 것이야 말로 못할 짓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평화롭던 선 긋기의 관계가 이런 지점에서 삐그덕거리게 된 것입니다. 상대방이 그걸 이해하고 감안해준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이제 무에나 쪽에서 세계 역방향이 나온 것이~ 저를 또 아찔하게 하네요(ㅋㅋ) 세계 역방향은 기본적으로 어떤... 지당한, 응당한 순환 같은 것들이 삐걱인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무에나가 지금까지 가족을(더 자세히 말하면 그 부부를) 찾아왔던 것은 일종의 죄책감도 있고,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로서의 타인, 을 찾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도 계속 찾는 것은 꾸준함(긍정적 표현)이라고 볼 수도, 집념이라고 볼 수도, 회피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어찌되었든, 꾸준함은 힘을 잃으면 멈추고, 집념은 고집이 되기도 하고, 회피는 결국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ㅜㅜ)이 있는데... 그런 사람 앞에 지금껏 외면하던 사실을 이제는 직면할 수밖에 없어서 꾸역꾸역 어떻게든 잘 다뤄보려다가 삐끗하는 박사. 라는 존재가 보이면... 이것이야말로 무에나가 분노나 실망보다도 위기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일인 듯 하여요...

아니 그래서... 어칼건데 위기감을 느껴서 뭐 연이라도 끊어?? 서먹해져?? >> 펜타클 나이트 정방향. . . 아 이거~,,, 그런 기작들로 인하여 두 사람이 서먹~ 해지고 왠지 모르게 이전처럼 하던 대화들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 상태로 시간이 좀 지나고. 둘이 함께 협업해서 해결해야할 일이 생겨 출장 비슷하게 다녀온 뒤. 박사가 먼저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을 때 무에나가 툭 끊어버리는 식으로 거절할 수도 있을 듯해요. 그런 인삿말은 피차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요... 아이고 애들아 이걸 우짤거냐

근데 제일 큰 문제다 싶은거... 애초에 두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면 어카지? 에서 나왔던 것은 다른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충분한 정보값을 제공해주지 않는 데에서 나오는 오해나 빠갈라짐... 이었기 때문에ㅜㅜ 여기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든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든가
아무튼간에 삐걱거리거나 멈칫, 하게 되는 부분들을 굳이 짚어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거네요. 이 친구들 한 번 극단적으로 대화가 끊기면 더욱 극단적으로 거리가 멀어질 수 있군요. 사실 애초에 시작이 "거리감 있는 관계"였고... 그 안에서 왠지 모를 궁금증이 생기고 가까워진 것이 의아한/예외적인 일이었다고 두 사람 다 정의하고 있을 것이라 더더욱... 이런 갈등상황 연출이 가능한가봐요

 


 

1. 두 인물이 각각 거짓말/거짓을 대하는 방식

박사-무에나 순으로 읽을게요! ㅋㅋ 하... 박사는 일단 소드 나이트 정방향입니다. 기본적으로 박사는... 무언가를 하나만 보고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성정이라 이런 카드가 나오는 것 같아요. 모두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요. 박사에게 어떤 상황에 봉착했을 때 거짓말을 한다는 건 해서는 안되지만 할수도 있는 것... 이라기보다는 그냥 좀 우선순위가 낮은 선택지 중 하나. 예요. 우선순위가 낮다는 건 고려해야할 상황이 많고 번거로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게 도덕적인 이유로 꺼려지지는 않는거죠. 사소한 일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이 있고, 중대한 일에는 거짓말을 하면 신경쓸 부분이 늘어나니까요. 일을 해결할 때의 효율을 '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광석병이라는 사태의 심각성도 영향을 미치겠죠.

반면 무에나의 경우에는 전차 역방향이 나왔어요. 무에나는... 본인을 기사라고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기사도 정신이라는 것에 제법 가치를 두고 있는 인물로 이해했답니다. 무에나 역시 세상의 흐름을 아주 모르는 샌님이 아니고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지만, 그래서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가끔 하기도 할테지만... 그런 모든 판단과는 별개로 거짓이 실패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기사도 정신에 대한 실패라고 콕 찝어 말하자면 꼭 그렇지도 않겠지요. 기사는 진실됨에만 주요한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니까 이것은... 무에나라는 개인, 자신이 살고 싶다고 생각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기사 봉호도 받지 않기로 한 무에나, 라는 사람이 판단하는 패배인 것입니다. 그렇게 심각하고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떳떳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일은 현재 세상에 많고, 그 세상이 무에나가 해결(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하고 싶어하는 부조리의 일면이라는 점에서 실패했다는 거지요.

 

2. 타인의 거짓말/기만에 대처하는 방식

박사가 타인의 거짓말에 대처하는 방식 > 펜타클7 역방향. 흠... 이것 역시 내가 배신당했다는 생각, 내가 손해를 입었다는 생각보다는 세상을 판단하는 정보값 하나로 받아들이는 면이 큰 것 같아요. 아 저 사람도 이런 선택을 했구나, 이 사람도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해요. 박사 자신도 거짓/기만을 택할 때 다른 것보다 복잡함이나 번거로움을 신경쓸것 같았는데, 타인이 그러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의심하고 고려할 게 많아졌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또 진실을 말하는 상수인 사람과 이미 변수로 분류해두었던 사람은 다르게 바라볼 거예요. 이 경우(펜타클7)는 아~ 해결해야 할 일이 좀 늘었구나~ 내 생각보다 더 돌아가야겠구나~ 같은 식으로 바라봐요. 이건... 좀 웃길수도 있지만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아~ 이번에도 열심히 농사해뒀는데 열매가 이정도밖에 안 맺힐 줄은 몰랐네 아~ 같은 느낌이요(ㅠㅠ)

근데 그게 또 마냥 도구적이냐 하면... 상대를 소모품으로 바라보느냐 하면 미묘하게 톤이 또 달라요. 왜냐면 기본적으로 농사(사람대하기)라는 건ㅜ 열심을 쏟아넣고 그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고 흉년이 들더라도 별 수 없는거니까요? 땅을 버리고 갈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으면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거예요. 그냥 그런... 그런 거죠.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살면서 멘탈 대미지는 안 입는게 너무 웃겨요,,,

세상을 자신과 유리된 어떤 전경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는 한데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게 박사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싶어져서... 바꾸라고 제안해보기도 영 어려운 느낌(ㅋㅋㅠㅠ)


다음은 무에나예요. 컵 에이스 역방향이 나왔습니다. ㅋㅋ 아,,, 일단 좀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원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죠. 박사는 거짓말하는 상대를 번거롭다고 여기는데 무에나는 지루하다고 여길 것 같아요. 거짓말하는 상대를 많이 겪어봐서 그럴까요? 달관이라는 표현을 써주셨는데 두 인물 다 달관했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 것 같아요. 따지자면 무에나의 달관이 조금 더 경멸적이에요. 무에나에게 거짓은 패배이기 때문에 패배를 선택한 사람들이야말로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그래도 세상살이 피곤하고 지루한데 그걸 유지시키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ㅜㅜ. 

하지만 그걸 이해 못하는 건 또 아니라서... 그냥... 뭐랄까요... "안타깝게도 못생겼구나" 짤처럼(이런값싼비유라니죄송합니다만) 안타깝게도 결국은 그러기로 했구나 같은 상태가 돼요. 그래서 누군가는 거짓말에 화를 내고 복수하거나 처벌하려 할거라고 예측하지만, 정작 어떤 상황에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무에나가 피해를 입게 되어도 무에나는 그냥 지루하다는 눈으로 상대를 보다가 별 말 않고 지나갈 거예요. 그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처벌이기도 하죠 인정하지 않는 상대가 된거니까요? (스스로는 그런식으로 사람을 카테고리로 구분해놓지 않는다고 생각하실듯 하지만 말입니다)

(중략)

4. 거짓말을 당했을 때의 생각과 반응

박사는 완드10 역방향입니다. ㅋㅋ 하... 아.... 이거,,, 좀,,, 뭐랄까요 아니 이런... 이렇게될줄은나도몰랐는데?? 이게........ 보조카드를 하나 더 뽑았습니다(컵3 정) 그러고보니 좀 가닥이 잡히네요. 일단 완드10역방향은 이중적인 카드예요. 부담을 잔뜩 느끼던 데에서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드디어 거기서 자유로워져서 해탈하거나(좋은 의미로) 둘 중 하나를 뜻하는데요, 컵3이라는 카드가 둘 중 조금은 긍정적인 쪽으로 가게 해주었어요. 문제는 이 긍정이... 결국은 박사가 지금까지 짊어지고 있던 어떤 성격들, 해왔던 일들, 쌓인 업적으로 인해 구축된 이미지들이 무너지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박사는 "결국" 무에나가 거짓말을 하는 순간 어떤... 인간(지성체)의 한계랄지요 그 한계치, 영혼의 필멸성 같은 걸 수정하게 되는거예요. 이게,,, 분노로 인해 수정하는건 아닌데 사실 그래서 더 충격적. 이긴 한 것 같아요. 아! 저런 사람도 결국은 꺾이게()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거구나. 혹은, 저런 사람이 꺾이더라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본질을 잊지 않게 하는게 세상이구나. 결국 이 신념의 꺾임이라는 건 본질의 파괴가 아니구나... 로 흘러가는 안도감이랄까요. 그리고 거기서 요상하게 위로를 받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되십니다. 아니 이게 참... 복잡해서 이번엔 작성이 좀 오래 걸렸는데,,,

유연하게 굴어도 된다, 거짓말 해도 된다, 잠시 내 안의 어떤 부분을 외면하더라도 그것은 그 존재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다"에서 위안을 얻는 거예요. 그러면서 야 나도 그럼 잠깐 좀 앉았다 갈래 사실 지금까지 피곤해죽는 줄 알았어! 하는거죠. 이게 참... 그래서 무에나로서는 오히려 당황스럽고 조금 두렵고 불안할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속이 타들어가는 선택을 했는데 박사는 오히려 웃어. 그리고 알겠대.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려 고맙다는 말을 해... 뭐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것 참... 거짓말 하나로 기본적으로 평온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불균형해지는군요

거기다 웃긴건,,, 아진짜미취겟음 애초에 두사람의 거짓말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요 박사가 거짓말을 했을 때 무에나의 반응은...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는 너를 믿을거야. 너는 너니까."라서 문제입니다... 컵 나이트 역방향인데요. 나는 너를 믿을거야 <<이것이 끝까지 우직하게 밀고가게 되는 감상이 아니라... 그렇게 시작했다가 점점 아니 근데 진짜... 진짜로? '너'인데도? 그렇게까지 말한 '너'인데도? 그게 진짜 거짓말이었다고? 하는 시기가 중첩되어있는거죠.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나는 신뢰할 수 있다, 혹은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도 연막을 쳐야 하는 상황이겠지" 같은 예측을 할수 있는 사람인데 그게 아닌 것 같으면 점점... 혼란스러운거예요 아니 우째 거짓말의 영역으로만 넘어가면 어느 방향이든 무에나의 불안과 슬픔이 되는거죠 하(ㅜㅜㅜㅜ)

아무래도 이건 무에나의 성격... 무에나의... 인생목표지점? 지향점? 때문에 그런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계속... 박사를 믿는다고 스스로도 되뇌고 남들한테도 나는 이렇게 된 뒤에도 박사를 믿을 것이다. 라고 표현하는데 속으로 의심하는거죠 아니... 이게 맞아? 하고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설정이 된다면... 박사도 자신이 배신했다, 는 맥락을 세계에 전방위적으로 알려야 하기 때문에 무에나와 마주칠 때 더 냉정하게(이게맞아?,,,) 대했을 거거든요

아진짜미취겟네요 이프라도 송구해짐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 그에 대해 쌍방이 감정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혹은 동료의식에 문제가 생길 것인가?

일단 가능성이 있을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부터인데요. 펜타클4 정방향이 나왔어요. 음... 감정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좀 명확한데 오히려 대답은 좀 두루뭉술하게 나왔어요. 이게... 두 사람 다 상대방의 거짓을 "느낀"순간 자신이 상대에게 가지고 있었던... 신뢰라고 할까요 미묘한 연결점(사실 미묘하기 때문에 더욱 귀하게 여겨졌을지도요)을 없는 걸로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건 일종의 고집이죠. 상처입고 허탈해졌지만 그렇다고 그게 자신의 본래의 감정을 건드리진 않았으면 좋겠는거예요. 음~,,, 그게 사실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은 아닌데도 말이에요.

동료의식에 문제가 생길 것인가? 하면... 아닐 것 같아요. 이것도 다 가정이지만 그... 거짓말을 하게 됐던 이유들이 해결되어야,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왜냐면 펜타클4가 말하는 것 자체가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보존해두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읽을 수도 있거든요. 두 사람 모두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고심을 하지 않아도 소중한 사이다. 라고 흐릿한 선 그어둘 수 있는 사이를 그대로 두고 싶어하니까요... 아니이게ㅋㅋㅠㅠ 자꾸 빠그러진 드림 거리두기 드림을 말아드리게 되는데 제 취향도 이쪽이라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니근데 하,,, 아놔!! 제가 사심을 더해서 조금 더 떠들자면 이런 관계가 정말 맛도리인 이유는 흐릿한 선이라는 개념.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이란건 애초에 그어두고 여기 넘어오지 마라. 하는건데 흐릿해지는 순간 어디까지 가야하는지 알수가 없잖아요? 보통은 그런 선=흐릿한 영역을 되게 거대한 벽으로 느끼고 안 다가오거나 아주 뚫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되기 마련인데 무에나와 박사는 비슷하게 흐릿한 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흐릿한 영역 안에 다른 설명이나 변명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게 가장... 서로에게 장점으로 느껴질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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